말 한마디로 천냥빚 갚는다.
저는 어려서부터 이 속담에 약간의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절한 언변 능력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라는 교훈 이면에는 왠지 '
줏대 없고 비열한 기회주의적인 거짓말'이라는 이미지가 풍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신있게 자신의 주관을 피력하는데 상황이나 분위기,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은 비겁한 소인배의 행동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의견을 주장하는데 충돌과 대립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잠언을 천천히 읽으며 이런 제 생각에 대해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잠언에서는 상당히 많은 회수를 반복하여 '말 조심'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과거에는 그냥 지나쳐왔던 이 구절들이 문득 제 눈에 들어오게 된 이유 또한 아마 그 동안의 사회 생활을 통해 체득해 온 것들과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잠언의 구절들 읽어 보기..
입을 어리석게 놀리는 사람은 멸망한다. (10:8, 10:10)
명철한 사람의 입술에는 지혜가 있지만, 지혜가 없는 사람의 등에는 매가 떨어진다. (10:13)
지혜로운 사람은 지식을 간직하지만, 미련한 사람의 입은 멸망을 재촉한다. (10:14)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입을 조심하는 사람은 지혜가 있다. (10:19)
의인의 입술은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생각 없이 살다가 죽는다. (10:21)
의인의 입술은 남을 기쁘게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지만, 악인의 입은 거짓을 말할 뿐이다. (10:32)
지혜가 없는 사람은 이웃을 비웃지만, 명철한 사람은 침묵을 지킨다. (11:12)
악인은 입술을 잘못 놀려 덫에 걸리지만, 의인은 재난에서 벗어난다. (12:13)
사람은 열매 맺는 말을 하여 좋은 것을 넉넉하게 얻으며, 자기가 손수 일한 만큼 되돌려 받는다. (12:14)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말은 비수 같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아픈 곳을 낫게 하는 약이다. (12:18)
마음에 근심이 있으면 번민이 일지만, 좋은 말 한 마디로도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 (12:25)
선한 사람은 열매 맺는 말을 하여 좋은 것을 넉넉하게 얻는다. (13:2)
말을 조심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지만, 입을 함부로 여는 사람은 자신을 파멸시킨다. (13:3)
미련한 사람의 말은 교만하여 매를 자청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그를 지켜 준다. (14:3)
부드러운 대답은 분노를 가라앉히지만, 거친 말은 화를 돋운다. (15:1)
따뜻한 말은 생명나무와 같지만, 가시돋힌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 (15:4)
지혜로운 사람의 입술은 지식을 전파하지만, 미련한 사람의 마음에는 그러한 생각이 없다. (15:7)
적절한 대답은 사람을 기쁘게 하니, 알맞은 말이 제때에 나오면 참 즐겁다. (15:23)
현재 잠언 15장까지 읽었는데, 그 중에 '말'에 관하여 발췌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며, 제 생각은 점점 더 '
더 이상 독설은 유익하지 않다'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옳은 진리를 말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면 그것은 부적절한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사람 감정은 그 사람 몫이지!"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 생각 바꾸는데 참 오래 걸렸네요. 조금씩 조금씩 생각의 변화를 거쳐 비로소 이제는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러고나니 조금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기억들도 하나 둘씩 떠오릅니다. (^^;)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잘 이해하는 행동이 선행되어야하겠군요. 제가 그 동안 비열한 행동이라고 치부해 왔던 '
비위를 맞추는 행동'은 사실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일이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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