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 남는 대학교 후배 중 '이승재'라는 친구가 있습니다.[hintpopup] 현재 연락이 끊긴 상태라 어떻게라도 연락하고 싶어서 실명 공개. 사업을 벌였다가 미국에 가서 정착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는데, 참 비범하고 훌륭한 면이 많은 후배였습니다.[/hintpopup] [hintpopup:CRA]한동대학교 전산연구회, Computer Research Association, 제 학창 시절의 한 부분을 차지한 동아리입니다.[/hintpopup]에서 선후배로 만나 이런 저런 일들을 함께 겪기도 한 멋진 후배입니다. 이 친구와 1998년에 시스템개발실에서 함께 학교 전산일을 도울 때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하루는 이 후배가 뿌듯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형, 오늘 제가 새로운 발명을 했어요!" 다소 격양된 어조와 함께 그가 보여준 발명품은 당시 가장 비쌌던 3M 마우스패드의 손목이 닿는 부분에 노란 스폰지를 우스꽝스럽게 붙여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무척 부정적이고 권위적으로 대꾸했습니다.[hintpopup] 당시 저는 CRA 회장이었고, 항상 무언가 권위를 세울만한 조언을 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만이 앞서던 시절이었습니다.[/hintpopup]
"비싼 마우스 패드에 대로 뭘 한거니?! 마우스 쓰다가 손목이 아프면 운동을 해야지. 그리고 난 저 노란 스폰지가 마음에 안든다."
제 말을 끝나자마자 급실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 그 후배의 얼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1~2년 정도가 지난 후 3M에서 손목 보호형 마우스패드를 신제품으로 내 놓았을 때, 저는 큰 놀라움과 부끄러움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게 될 지도 모르는 이노베이터 한 명을 제 입으로 막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hintpopup] 이 외에도 제가 막은 이 후배의 좋은 생각들 몇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hintpopup]
만약 그때 제가 그 후배의 발명품을 칭찬하고 특허 출원이나 제품화를 도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는 후배가 제 퉁명스러운 반응에도 주저하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발명품을 홍보했다면 또 어땠을까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이노베이션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이 아닙니다. 새로이 제안하는 변화를 사람들 모두가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때, 그것이 이노베이션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일련의 작업은 새롭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